좋은 글이나 책을 접할 때 글쓴이의 지식이나 필력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. 그러면서 이러한 지식과 글 쓰는 능력을 갖게 되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지에 대한 생각도 같이 들게 된다.
타고난 글쓰기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. 그러나 글을 잘 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부한 경험, 지식, 그리고 수많은 글쓰기 실행을 통해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. 그래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독서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. 즉 다른 사람들의 글로 지식을 얻는 동시에 글 쓰기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된다.
우리가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논문도 글쓰기의 한 영역이다. 물론 논문은 실증분석, 인용 등이 포함된 글쓰기이지만, 다른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.
개인적으로 처음 석사논문을 시작할 때 지도교수님께서 “세상을 바꿀 그런 논문 쓸 생각하지 말고, 제발 제대로만이라도 써와라”라면서 내게 당부하셨다.
그때는 그 말이 서운하기도 하고 내 진가를 아직 모르셔서 저러시는 거라고 생각했다.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운 생각이었지만, 석사때는 뭔가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이었다. 그리고 다른 교수님들도 수업시간에 논문을 잘 쓰려면 많은 논문을 읽어봐야 한다고 공통되게 이야기해 주셨다.그러나 그때는 논문 쓰는 법도 모르고 이해도 잘 안 되는데, 어떻게 많은 논문을 읽으라고만 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.
그 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여러 논문들을 써왔다.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 더 일찍 경험해 본 초보가 이제 시작하는 초보에게 작은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볼까 한다.
이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논문을 잘 쓰는 방법이 아니라 논문을 대하는 자세, 즉 논문을 잘 쓰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.
최근에 학위 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. 그 분들 중 논문작성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. 그러나 반대로 자기 분야에서 한 획을 긋는 그런 논문을 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.
이는 석사과정이든 박사과정이든 상관없이 자신 없어 하는 분과 너무 자신 만만한 분들로 나뉘었다.
이 분들의 논문계획이나 생각 그리고 연구모형 등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면서 나는 항상 논문을 잘 쓰기 위한 자세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. 그분들이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였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는 말이지만, 학문에 큰 뜻이 없고 단지 석사나 박사 학위 또는 교원 임용을 위한 실적용 소논문 게재만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잔소리로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. 그래도 한 명이라도 제대로 논문에 대한 글 쓰기 능력을 키워나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믿고 조언을 멈추지는 않는다.
나는 항상 일부 천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나 그 분야에서 이름난 분들은 모방이나 많은 시도를 한 후 그 경험과 실패를 통해 자기만의 창조적 세계를 구축했다. 모방의 힘이라는 책도 있듯이 연구도 좋은 논문을 읽고 그 중에서 자기가 따라 할만한 연구를 찾아서 한번 비슷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좋다라고 강조한다.
즉 모방이 창조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고,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로 이야기한다.
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 사례를 들어 이야기해 보면,논문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나는 간접인용, 직접인용도 구분하지 못했고, 참고문헌이 왜 학술지마다 형식이 다른 지도 이해를 잘 못했다.
내가 갖고 있는 자신감은 통계를 좀 안다는 것뿐이었다. 그러나 통계지식 하나로 1장부터 5장 및 참고문헌까지 논문을 완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.
그래서 내가 처음에 취했던 방법은 모방이었다.
- 어떤 논문이 좋은 논문인지 모르기 때문에 관광분야 최고 저널 중 하나인 Tourism Management에서 내가 관심이 있었던 주제인 브랜드자산 논문 하나를 선택했다.
- 그 논문의 연구모형을 그대로 채택해서 내 연구논문의 주제로 생각하고 논문을 진행했다. 대신 연구대상은 내가 근무하는 그룹의 호텔 고객을 대상으로 바꾸었다.
- 영어 논문이므로 우선은 그대로 번역해보고 이해가 안 되면 파파고 등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내 번역이 맞는지 확인하면서 작성했다. 이때 이해가 안 되는 용어나 이론은 다시 한글설명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이해를 한 후 어색하게 번역된 글들을 조금씩 한글로 다듬어 나갔다.
- 인용은 그 논문 그대로 적용하면서 가능한 해당 인용 논문을 찾아서 그 문구를 확인했다. 그러는 동안 한 개의 논문으로 시작한 참고문헌이 여러 편으로 늘어나갔고, 모두 읽기가 어려워 인용된 부분 중심으로 읽으면서 이해했다.
- 참고문헌이 많아지면서 단 한 개의 논문만 모방하던 것이 여러 참고문헌의 문구들이 혼합되기 시작했고, 더 궁금한 내용은 한글논문들도 찾아보고 그 내용을 인용하기 시작했다.
- 서론, 이론적 배경이 거의 완성될 때 처음에 이해하지 못했던 연구모형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었다.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론 문구들을 나만의 글로 수정하기 시작했다. 그래도 큰 뼈대를 선행연구로부터 확립했기에 부문부문 문구 수정은 어렵지 않았다.
- 이론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나서 내 모형을 일부 수정하였다. 다른 참고문헌들의 연구모형들이 유사하였지만, 각 연구들마다 연구모형의 목적이 분명히 존재함을 알게 되면서 내 연구모형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이해와 근거가 생겼다.
- 한글논문과 영어논문의 인용순서나 참고문헌 등은 재학 중이던 학교의 도서관에서 제시한 기준을 참고로 따라 해봤다.
단순히 하나의 논문을 그대로 따라 해서 논문이 무엇인지, 어떻게 쓰는지, 그 내용들은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배워보려고 시작했던 시도가 또 하나의 논문을 완성시켰다.
하나의 논문만 그대로 모방하면 표절이겠지만, 단순하게 하나의 논문만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게 된다. 그 안에 담긴 참고문헌들도 보게 될 수밖에 없고, 그 참고문헌들을 보다 보면 또 다른 참고문헌을 보게 되고 그러면서 그 연구주제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볼 수밖에 없다.
그러면서 그 주제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고, 응용력도 생기게 된다.
물론 나는 겁도 없이 영어 논문으로 시작했지만,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언할 때 한글 논문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말해준다.
각 분야의 KCI 학술지 중 관심 있는 주제의 논문을 찾아서 그대로 한번 따라 해 본다는 자세로 읽고 쓰다 보면 논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.
단, 그냥 쭈욱 따라 읽고 쓰는 것이 아닌, 그 논문에 나온 용어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논문에서 인용한 논문을 다시 찾아서 읽어보거나, 그러한 설명이 잘되어 있는 글들을 보면서 모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.
그다음 모방해서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자신만의 글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바꾸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?
이것이 최고의 방법은 아니겠지만, 최소한 논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은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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